
연작 1/3 · (1) 공급망 워크플로우에서 정보가 옮겨 가는 구간은 어디인가 · (2) FOB 원가에서 임가공비만 공통 변수인 이유 · (3) 벤더와 공장이 같은 임가공비를 반대로 계산하는 이유
핵심 요약
오더 한 건의 정보는 수주부터 선적까지 오더 접수, 코스팅, 자재, 생산, 검사, 선적 여섯 구간에서 사람 손을 거쳐요. 바이어 PLM, 벤더 ERP, 공장 종이 일보가 서로 연동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반복 수기 입력, 전사와 복사 붙여넣기, 단위·표기 불일치, 업데이트 정보 누락, 버전 구분 없는 재전송 다섯 문제는 각각 정해진 구간에서 생기고, 대부분 대응 시점이 지난 뒤에 드러나요.
월요일 아침, 벤더 사무실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에요. 바이어 PLM에 우븐 재킷 신규 스타일의 테크팩이 .pdf로 올라와 있고, 발주서(PO)는 메일 첨부로 따로 와 있어요. 스타일 번호는 WJ-2411이라고 해 둘게요(실제 오더와 관계없는 가상 번호예요).
담당 MD는 ERP 오더 등록 화면과 사내 오더 시트(.xlsx)를 나란히 띄워 놓고 같은 스타일 번호와 수량을 세 번 입력해요. 원단 발주도 라인 배정도 아직인데, 이 오더는 벌써 사람 손을 두 번 거쳤어요.
3자 무역에서 바이어, 벤더, 공장이 일을 나눠 맡는 건 당연한 구조예요. 바이어는 시장에 옷을 팔고, 벤더는 오더 관리부터 코스팅, 원부자재, 생산 기획, 무역까지 챙기고, 공장은 재단과 봉제, 검사, 포장, 출고를 맡죠. 문제는 일을 나눈 데서 생기지 않아요. 나눠진 일 사이로 정보가 넘어가는 순간에 생겨요. 오더 한 건 안에서 그 순간이 어디어디인지 하나씩 짚어 볼게요.
세 조직, 세 저장소
바이어는 PLM과 공급자 포털을, 벤더는 ERP와 엑셀을, 공장은 종이 일보와 화이트보드, 메신저를 써요. 그런데 이 셋은 서로 연동되지 않아요.
그래서 정보는 결국 파일과 종이에 실려 넘어가요. 테크팩과 발주서는 .pdf로, 코스팅과 BOM, 기준표는 .xlsx로, 지시와 확인은 이메일 본문으로, 급한 변경은 메신저 메시지와 현장 사진으로, 실적은 종이 일보로요. “ERP로 넘긴다”고 말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무엇이 오가는지 보려면 이렇게 파일 형식까지 내려가서 봐야 해요.
정보가 옮겨 가는 여섯 구간
수주부터 선적까지 오더 한 건의 정보는 여섯 번 사람 손을 거쳐요.
| 구간 | 넘어가는 정보 | 넘어가는 방식 |
|---|---|---|
| 오더 접수 | 테크팩 발주서(PO) | 바이어 PLM → 벤더 ERP 손으로 입력 |
| 코스팅 | 원가 항목 임가공비 | 엑셀 → ERP 임가공비는 메일 |
| 자재 | 소요량, 발주서 납기 | ERP → 엑셀 발주는 메일, 납기 변경은 메신저 |
| 생산 | 작업 지시서 라인 계획, 실적 | 작업 지시서는 종이 라인 계획은 엑셀, 실적은 사진 |
| 검사 | 검사일지, 리포트 승인 | 종이 일지 → 엑셀 승인은 메일, 제출은 바이어 포털 |
| 선적 | 인보이스, 패킹리스트 출고 수량 | ERP와 엑셀 병행 서류는 메일, ASN은 포털 |
여섯 구간 모두 누군가 문서를 읽고 다른 곳에 다시 입력해요. 시스템 사이가 끊긴 자리를 사람이 손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죠.

다섯 문제가 생기는 자리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는 크게 다섯 가지인데, 아무 데서나 생기지는 않아요. 문제마다 잘 생기는 구간이 따로 있어요.
| 문제 | 왜 생기나 |
|---|---|
| 반복 수기 입력오더 접수 · 코스팅 · 생산 · 선적 | .pdf는 읽는 문서라서 치수, 수량, 컬러 코드를 눈으로 보고 다시 쳐야 해요. 생산 실적과 선적 수량도 마찬가지예요. |
| 전사와 복사 붙여넣기오더 접수 · 생산 · 검사 | 바이어 양식의 오더장을 사내 양식으로 다시 만들어요. 엑셀 기준표는 화이트보드와 일보에 옮겨 적어요. |
| 단위·표기 불일치오더 접수 · 검사 | 바이어 스펙은 inch, 사내 기준은 cm인 경우가 많아요. 환산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요. |
| 업데이트 정보 누락전 구간 | 변경 승인이 메신저나 말로 오가고 원본 문서에는 남지 않아요. |
| 버전 구분 없는 재전송코스팅 · 검사 | 여러 사람이 보낸 .pdf 중 어느 게 최신인지 공장에서 알기 어려워요. |

이 중 두 가지는 해외 공장에서도 똑같이 반복돼요. 시간대별 실적은 작업자가 만든 수량을 종이에 적어 두면, 워크스터디 담당이 엔드라인을 돌며 모아 생산 보드에 다시 적는 방식이 여전히 흔해요.2 테크팩도 마찬가지예요. 말이나 메신저로 전달된 변경은 문서에 반영되지 않고, 공장은 여러 사람이 보낸 PDF 중 어느 게 최신인지 구분하지 못해요. 그러다 이전 버전으로 몇 주씩 작업한 뒤에야 알아채는 일도 생겨요.3
품질관리 쪽도 사정이 비슷해요. 펜과 종이, 팩스, 이메일, 스프레드시트로 검사를 관리하다 보니 이메일 스레드는 길어지고 연락은 중간에 끊기고, 검사 리포트는 늦게 도착하고 양식도 제각각이에요.4 공장이 제품 믹스가 주문 요건에 맞는지 손으로 확인하는 일은 번거롭고 오류도 잦아요.5 한 번 뽑은 데이터를 파일로 주고받는 왕복 작업이 조직 사이 협업의 기본값이 되어 있는 셈이죠.6
더 곤란한 건 이 문제들이 늦게 드러난다는 점이에요. 사양을 잘못 입력한 건 바이어가 수정 요청을 보내야 알게 되고, 기준표 버전이 엇갈린 건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야 알게 돼요. 실적 차이는 출고 직전에, 원가 정산 분쟁은 월말 정산 때 터지고, 담당자 머릿속에만 있던 내용은 그 사람이 회사를 나간 뒤에야 빈자리가 보여요.
재단이 다 끝난 뒤에 기준표 버전이 달랐다는 걸 알았다면, 할 수 있는 건 수량을 맞추는 정도밖에 없어요.
시차·언어·시스템 세 축
이런 구간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먼저 시차예요. 미주·유럽 바이어와 동남아 공장 사이 시차는 최대 12~14시간이에요.1 공장이 아침에 올린 질문을 바이어는 자기 저녁에 읽고, 답은 공장의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해요. 질문 하나에 하루가 가는 거죠.
다음은 언어예요. 바이어는 영어, 벤더는 한국어와 중국어, 공장은 베트남어와 인도네시아어, 벵골어를 써요.1 같은 공정을 세 가지 이름으로 부르고, 검사 기준서는 번역을 거치면서 뜻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해요. 그래서 업계는 번역보다 기준을 하나로 맞추는 쪽으로 풀어 왔어요. 39개 동작코드로 SMV를 계산해서 바이어와 공급자가 같은 기준으로 이야기하게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에요.7
마지막은 앞에서 본 세 저장소예요. 화면을 여러 언어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제품도 있어요. 한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를 포함해 7개 언어를 지원하는 생산계획 도구도 있고8, 베트남어·중국어를 포함해 9개 언어를 지원하는 검사 앱도 있어요.9

업계가 쓰는 다섯 가지 해법
공개된 자료를 보면 업계의 해법은 대체로 다섯 가지로 모여요. 오더를 세 조직이 같은 레코드로 보게 하는 방식(SSOT), 공급자 포털로 공장을 직접 참여시키는 방식, 문서 AI로 .pdf에서 항목을 자동으로 뽑는 방식, 변경과 지연을 시스템 알림으로 보내는 방식, 공장 현장에서 모바일로 바로 입력하는 방식이에요.10
이런 흐름은 꽤 오래전부터 예고됐어요. 2017년에 이미 의류 CPO(최고구매책임자)의 80% 이상이 디지털화된 엔드투엔드 프로세스 관리를 기대한다는 조사가 나왔으니까요.11

한 가지 밝혀 둘 점이 있어요. 재입력이나 버전 충돌로 실제로 얼마를 잃는지 정량화한 믿을 만한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글에는 “연간 몇 시간 손실” 같은 숫자를 넣지 않았어요. 숫자보다 먼저, 어디서 반복되는지를 정확히 짚는 게 순서라고 생각해요.
처음의 월요일 아침으로 돌아가 보면, 다섯 해법이 모두 없애려는 건 결국 같은 스타일 번호와 수량을 세 번 입력하던 그 작업이에요.
시제가 이 구간을 다루는 방식
시제는 세 조직이 같은 오더 레코드를 보게 하는 데서 출발해요. 바이어의 .pdf 테크팩, 벤더의 .xlsx 코스팅, 공장의 종이 일보를 그대로 올리면 구조화된 데이터로 바뀌는데, 이게 Monolis가 하는 일이에요. 언어 문제는 같은 공정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게 하는 표준공정 용어사전으로 풀고 있어요. 지금 2,186개 표제어를 한국어, 영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일본어 5개 언어로 정리해 두었어요.12 시차 문제는 Monolog가 맡아요. 현장 실측이 기록되는 순간 세 조직이 같은 값을 보게 되니, 다음 날 아침 누군가 옮겨 적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죠.
다음 글 FOB 원가에서 임가공비만 공통 변수인 이유에서는 이렇게 옮겨진 정보로 만든 원가표를 들여다봐요. 벤더와 공장이 함께 보는 칸이 왜 임가공비(CM)인지 다룰 거예요.
참고 자료
- 시제 내부 자료, O1-B 단절 해결 도식 소스 v1. 바이어·공장 간 시차와 조직별 사용 언어. ↩
- Online Clothing Study, Hourly production report. 시간대별 생산 실적 집계 방식. ↩
- Wave PLM, Tech Pack Version Control. 테크팩 변경 누락과 버전 혼선. ↩
- Inspectorio, The Technology Tipping Point for the Quality Control Industry. 기존 품질관리 방식의 문제. ↩
- BCG, Agility Is Fashion’s New Source of Competitive Advantage, 2023. 공장의 수작업 확인과 오류. ↩
- Palantir, Enabling Greater OEM Supplier Collaboration. 일회성 데이터 추출물을 주고받는 수동 왕복 프로세스. ↩
- Coats Digital, GSDCost. 39개 동작코드 기반 SMV 산출. ↩
- Coats Digital, FastReactPlan. 7개 언어 지원. ↩
- Inspectorio QRM, App Store. 9개 언어 지원. ↩
- 다섯 가지 해법 관련 제품 자료: Palantir Data Connection, Palantir 데이터 모델 문서, Palantir Document Intelligence, Infor Nexus Supplier Management, TradeBeyond CBX Partner, Inspectorio Quality Platform. ↩
- McKinsey, Digitization: the next stop for the apparel sourcing caravan, 2017. 의류 CPO 설문. ↩
- 시제 봉제공정 용어집 v4.4. 고유 표제어 수와 언어 수. ↩
